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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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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왜 땡땡이 치는거야?"

"뭐야, 그러는 넌. 넌 왜 맨날 수업 안듣고 그림만 그려? 대회 기간도 아닌데."

"난... 그냥, 그림그리고 싶어서. 나 상도 자주 타니까 뭐라고 안그래."

"못되쳐먹으셨네..."


미술실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초여름의 시원한 바람은 날 행복하게 만들었다. 바람 때문이 아닐지도 모르지만, 하여튼. 매일 매일 담탱이한테 혼날껄 알고도 이곳에 온다. 난 그녀처럼 면죄부같은게 없다. 그래도 나도모르게 자꾸만 이곳에 오게된다.


"너 그런데 왜 맨날 이렇게 침울한 그림만 그려?"


그녀의 그림은 항상 어두운 그림 뿐이었다. 무언가 끔찍한, 징그럽고 침울하고.


"그냥, 내기분 그대로 그리는거야. 슬프고 짜증나고 화나고... 그런다고 징징대면 찌질이 같잖아."

"이건 예술이고?"

"응, 내 스트레스가 나한테 상을 주더라. 돈도 주고."

"뭐 이렇게 매일매일 기분이 그러냐?"

"몰라."


그녀는 절대로 남 앞에서 화내지 않았다. 짜증내지도 않았고 초라해지지도 않았다. 걔는 그런 애였다. 너무 성숙해버린 고등학생 소녀. 모든걸 억누르고 웃는 소녀. 그래도 단 한가지 탈출로를 알고있는, 그런.


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반해버린걸까.


"근데, 너 왜 자꾸 땡땡이 치냐니까?"


나는 작게 웃었다.


바람이 시원하다. 햇살이 따스하다. 세상이 아름답다. 그녀도. 나는 또다시 작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.


"것보다 점심시간 다되간다. 밥먹으러 가자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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